음악성
이들의 실력은 라이블리즈(Livelyz)라는 별명 하나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이른바 믿고 듣는 걸그룹으로서 아카펠라를 포함한 다양한 라이브 무대를 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싱어송라이터인 정재형은 러블리즈를 8명 모두가 보컬인 걸그룹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하였다. 2017년 11월 28일에 방송된 V LIVE 셀럽티비 러블리즈 편에서는 8명의 개성 있고 다양한 보컬의 조화를 통하여 수많은 장르를 섭렵하는 안정적이고도 깔끔한 라이브라는 방송 제목으로 방영되었으며, 2017년 12월 3일에 열린 서든어택 콘서트에서도 러블리즈를 소개할 때 쓰이기도 하여 이젠 러블리즈를 표현하는 대표 문장이 되었다.
러블리즈의 보컬 특성은 1Piece 외에 다양한 작곡가들을 불러들이고 있으면서도, 러블리즈 곡들의 장르는 러블리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블리즈라는 그들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카라가 Sweetune과 결별한 이후 이단옆차기와 작업한 미니 6집의 곡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Sweetune이 작곡한 곡들처럼 들렸다’는 것과도 유사하게 러블리즈라는 특징적 보컬의 특색이 점차 강화되어 가고 있다는 걸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2018년 러블리즈는 카라와 같이 대중이 피로를 느낄 정도로 노출된 것은 아닌 데다, 가능성을 놓고 보았을 때도 그들의 선배들이나 활동 중인 여자 아이돌 중에서도 확고히 구별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8명의 보컬들은 각각 특색이 있으면서도 개별 멤버들은 아직 안 보여준 개성과 구성원 간의 조합이 더 많다. 여기에 여러 방송에서 보여 주었고 해외 방송에서도 화제가 된 아카펠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다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성과 화음의 완성도는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1Piece와 함께 ‘〈달리기〉‘에 베이비소울의 랩을 편곡해 부른다든지, V LIVE에서 〈Ah-Choo〉와 〈놀이공원〉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부르는 것들을 들어 보면 러블리즈 멤버들이 지닌 보컬 해석 능력과 뛰어난 음악적 센스를 확인할 수 있다.
인피니트를 배출한 군무 명가인 울림엔터테인먼트답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안무 완성도를 지향하고 있으며, 순수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음악과는 다르게 다소 격렬한 안무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단순히 동작을 맞추는 것이 아닌 구성원 각각의 움직임이 전체의 모양을 만들기 때문에 현란한 대열 변화와 개별 안무 간의 정확함이 전체 안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어려운 댄스로 정평이 나 있다.[18]
러블리즈라는 그룹을 이해하려면 개개인의 실력이 아닌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점에서 다른 아이돌 걸그룹들과는 다른 특별성을 가진다.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전체가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전체적인 콘셉트의 완성을 지향하고 있다.
데뷔 이래 윤상과 그 작곡팀 1Piece와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애수 어린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에 얹힌 198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뉴 웨이브 또는 일렉트로니카 팝 계열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많다.[19] 이런 느낌은 ‘〈이별 Chapter 1〉‘이나 ‘〈비밀여행〉’, ‘〈놀이공원〉’, ‘〈예쁜 여자가 되는 법〉’ 같은 곡들에서 잘 나타난다.[20] 즉 걸그룹 러블리즈의 음악성의 반은 멤버들의 능력, 또 다른 반은 사실상 윤상과 1Piece가 바탕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윤상이 집요하게 사운드를 창조해 내는 소리의 마술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강수지의 흥행 성공 이후 케이팝 아이돌 시장이 만개해 본격적으로 여자 아이돌을 통해 그의 음악적 야심을 충족하려는 시기에, 그가 좋아하는 깨끗한 톤, 진성-반가성-가성을 오가며 고음을 수용할 수 있는 음역, 정교한 음정 제어능력, 다양한 보컬 캐릭터로 이루어진 러블리즈는 그가 밝힌 “러블리즈는 나의 음악적 오브제"라는 말을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 있다. 1Piece가 참여한 러블리즈의 노래 목록은 1Piece/러블리즈 문서에도 작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데뷔곡인 1집의 ‘〈Candy Jelly Love〉’ 같은 곡은 윤상의 사운드 메이킹이 특징이 두드러진 곡이다. 〈Candy Jelly Love〉는 ‘심혈을 기울였다’는 그의 말대로 숨겨진 소리들이 촘촘하게 트랙을 메우고 있어 베이스와 드럼의 반향, 그에 따른 신디사이저의 조화까지 계산한 공연에 최적화된 곡으로, 음원으로 들었을 때와 직접 공연을 선보였을 때 느껴지는 사운드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듯 러블리즈는 동시대의 아이돌 그룹들이 순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임팩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는 점에서 국내 대중 음악계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왔다. 다만 이러한 특징은 곡의 매력을 깨닫게 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러블리즈의 음악은 다수의 대중들에게 트렌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2018년 Sweetune과 발표한 ‘〈그날의 너〉‘는 ‘코끝에선 화, 입안에선 후’와 같은 후렴에서 러블리즈의 하모니적인 보컬 특성과 윤상에게서 물려 받은 자양분이 만나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사운드 메이킹의 정점을 보여준다. 같은 해 9월에는 그동안의 음악적 성과를 결산하는 듯 걸그룹 최초로 인스트루먼트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말부터 2019년에는 1Piece의 일원인 스페이스 카우보이와의 작업을 통해 ‘〈찾아가세요〉‘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라는 곡을 통해 기존에 러블리즈가 지니고 있던 서정적인 감성을 더욱 부각시켜 이전보다 성숙해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러블리즈는 또한 타이틀곡 외 수록곡으로 발라드 곡을 꾸준히 내놓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1Piece의 ‘〈새벽별〉’, ‘〈Circle〉’, ‘〈책갈피〉’, 다빈크의 ‘〈어제처럼 굿나잇〉’[21], 그리고 제이윤의 ‘〈꽃점〉’ 등은 작법과 사운드에서 실험성과 고품질을 추구하는 러블리즈 스타일 발라드 명곡들이다.
물론 러블리즈에게는 마이너 감성을 크게 부각하지 않은 작품도 많다. 2017년 겨울에 발표한 ‘〈종소리〉‘와 2018년 여름에 발표한 ‘〈여름 한 조각〉‘의 경우,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TAK과 같은 울림 소속의 Razer과의 작업을 통해 감성보다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이 경우에도 러블리즈만의 독특한 사운드적 실험성이 드러난다.
아이돌로지는 러블리즈에게 평행세계를 걷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러블리즈는 90년대 서태지의 등장 이후 알앤비, 힙합을 내세운 아이돌 음악이 대세가 되어 상대적으로 소외된 한국적 가요 감성, 그리고 인디씬으로 스며든 윤상, 신해철 등의 한국적 일렉트로니카의 유산을 시류와는 상관 없이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볼 수 있다.
2019년 컴백전쟁: 퀸덤 FINAL 경연 무대에서 선보인 ‘〈Moonlight〉‘와 같이 기존과는 다른 색깔의 곡에서도 러블리즈의 매력이 드러나기에 팬들은 향후 러블리즈의 다양한 음악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후 2020년에 발표한 ‘〈Obliviate〉‘는 아련한 감수성을 담은 가사를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사운드와 다크한 콘셉트를 통해서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어필했다는 평을 받았다.
복고적인 서정성을 띤 음악과 가사, 타이틀곡뿐 아니라 다른 수록곡에도 고루 힘이 들어간 양질의 앨범 퀄리티로 리스닝형 팬들이 많으며, 특히 20대 이상의 남성 팬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누가 귀엽고 예뻐서, 예능감이 좋아서, 혹은 콘셉트가 마음에 들어서 등의 외적인 부분을 떠나서 다른 그룹에게서 찾기 힘든 특유의 음악 스타일이 성인 남성의 정서에 특히 어필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방송 관계자, 인디 밴드, 락 뮤지션 등 음악에 종사하는 성인 남성 중 러블리즈를 좋아한다고 밝히는 사람들이 특이하게 많다.